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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일보 칼럼] 루게릭병 진행의 다양한 예후 인자들
작성자 로뎀요양병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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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10-04 18: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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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진행의 다양한 예후 인자들

루게릭병에 대한 이해

로뎀요양병원/유재국 병원장

어떤 경우 더 빨리 진행하고, 빨리 죽나요?

루게릭병 환자들을 500여 명 가까이 진료하면서 환자들(5~10%)에 따라서 10년간 나름 안정적인 경과로 매우 느리게 진행하는 환자분도 있는가 하면 진단하고 말이 어눌해지고 나서 1개월도 안되어 식사를 간신히 하다가 2개월 차에 호흡부전이 악화되고 3개월도 안 되는 시간에 호흡마비와 심부전, 부정맥으로 3개월 만에 단명하는 환자분도 경험하게 된다.

루게릭병의 증상 발생 후 사망까지의 평균 시간에 있어서 20개월에서 48개월로 알려져 있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매우 빠른 경과의 환자분도 간혹 보게 된다. 진단받고 1개월 만에 본원에 입원하시고는 1개월도 안 되는 시점에서 심근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를 겪을 때에는 너무나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수가 있는 건가요? 그냥 빨리 하늘로 가는 게 나은 것이겠지요’라고 울먹이는 보호자분의 눈물이 선하다.

최근에도 비침습인공호흡기를 하기도 하고 순응도가 떨어져 결국 기도삽관후 기관절개술을 하기로 결정되었던 환자분도 부정맥을 동반한 심근병증과 다발장기부전으로 수술을 수일 앞두고 사망한 경우도 있다. 여러 신약들의 투여와 진행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너무나 빠르게 진행하는 환자군에 대해서는 의료의 한계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오늘 뵙게 되는 신환분이 그런 분이 아니길 바랄 따름이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예후 인자가 생체지표, 혈액검사상에서 관찰된 바는 없다. 대체로 NK 세포수치가 떨어지거나, 만성빈혈수치가 자주 관찰된다는 점, 타 환자군에 비하여 중성지질혈증이나 간수치 경도 상승소견이 자주 관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직접 예후를 시사하기는 아직 어렵다. 현재까지는 환자분이 빠르게 진행하는 경과에는 응급실을 왕래하면서 그냥 겪어가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리 가족이 훨씬 빠르게 진행하는구나,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칼럼은 현재까지 여러 연구를 통하여 알려진 비교적 입증된 예후인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발생 연령 : 아무래도 고령에 발생한 환자가 더 빠른 악화를 보이게 된다. 40세 이전에 발생 환자들이 비교적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2> 성별 : 큰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구마비로 발생되는 경우가 여자 쪽에서 다 많은 성향을 보이고 있어 여자 쪽에서 예후가 더 안 좋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3> 진단 지연 : 우리나라에서도 보통 신경과에서 진단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통증클리닉, 이비인후과, 내과 등에서 초진을 거쳐 돌고 돌아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돌고 돌아서 진단된다는 말은 그만큼 생명에는 위중한 경우가 아니고, 느리게 진행되는 경우에 들어가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예후로 나타나기도 한다.

4> 구마비로 진행하는 경우에 예후가 더 안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호흡기내과에서 전과되면서 신경과에서 진단한 사례이기도 한 호흡부전으로 출발한 루게릭환자의 경우가 가장 안 좋은 예후로 확인되었다. 물론 비침습인공호흡기 연습과 기침유발기를 포함한 호흡재활훈련이 예후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비침습인공호흡기에 적응이 어려운 환자분의 경우에는 반드시 조기에 기관절개술을 고려해야 한다.
5> 정신증상을 동반하거나 전측두엽치매증상을 동반하는 경우 더 빠른 전개를 예측하게 된다. 이는 심한 치매를 동반한 폐렴환자들의 경우에도 자기 치료기전이 훼손되어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고 본다.

6> 영양공급 상태 : 영양결핍의 악화로 체질량지수(BMI), 체지방량 감소가 극심한 경우에도 빠른 임종을 예측하게 되며. 과대사항진이 많은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만큼 필요시 비위관, 장관영양의 빠른 병행을 통한 영양공급개선이 필요하다. 경구 섭취량이 1000kcal 이하로 일일 최소 영양 요구량(1400kcal 이상)가 예상되는 경우 병행을 권유한다.

7> 호흡 상태 : 루게릭환자에 있어 영양과 함께 직접적으로 관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비침습인공호흡기의 충분한 연습과 사용을 통하여 기능폐용적을 확보하고 호흡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비침습인공호흡기의 적응이 어려운 환자들의 경우(30~40%에 해당)에는 기침유발기와 흉벽진동기, 수동식 인공호흡기를 연습하고 기관절개술을 통한 기도확보의 진행을 고려해야 한다. 침습인공호흡기의 사용은 차후 수면 중에만 유지하더라도 기도확보를 위하여 기관절개술의 경우 꼭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 부분은 예후와도 직접 관계가 된다.

8> ALS-FRS(ALS증상평가척도)의 빠른 수치 감소 : 너무나도 당연한지도 모르지만 호흡부전을 포함한 운동마비의 진행이 빠르게 감소하면 해당 수치가 빠르게 감소하고 이것은 빠르게 진행하는 루게릭병으로 예후가 좋지 않다.

9> 다제간직능연계 협업시스템(Inter-Disciplinary Care) : 신경과, 내과, 재활의학과, 호흡재활 물리치료사, 호흡전문 관리 간호사, 영양사, 운동재활치료,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함께 갖추어진 공간에서 관리받을 때 아무래도 환자에게 주어진 생명의 시간이 길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끝으로 빠르게 진행하여 기관지절개술과 위루술을 진단 3개월 만에 진행하는 환자분은 일찍 돌아가시는 것인가?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후 영양공급(6번)이 안정되고 호흡(7번)이 안정되며, 운동마비는 고착화 상태를 보이는 경우 TV에서 간혹 보는 것처럼 수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례도 많이 있다. 더 혁신적인 약물치료가 가능해질 날이 올 수 있으니 환자분께도 힘을 내보자 고 말을 건네며 회진을 돌고 있다. 오늘도 환자를 완치시켜줄 루게릭병 신약을 애타게 기다리고 계신 환우분들과 가족분들의 평안한 밤을 기원하며…

출처 : https://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1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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