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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일보 칼럼] 루게릭병 환우들의 호흡 재활치료
작성자 로뎀요양병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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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10-11 18: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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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환우들의 호흡 재활치료

루게릭병에 대한 이해

로뎀요양병원/유재국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로서 들었던 안타까운 사연 중 하나가 ‘루게릭병’에 관한 것이다. 한 환자의 보호자가 의사에게서 “(환자가) 루게릭병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환자는 이후 긴 시간에 걸쳐 다양한 검사를 받았고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다. 그 때 의사의 말이 이랬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으니 사는 날까지 스스로 잘 살아가시라.”

아마도 대부분의 신경과 선생님들께서 그렇게 이야기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등 여러 일차의료기관을 거쳐서 대학병원으로 의뢰된 이후 신경과 진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기에 시간 경과가 보통 6개월 정도 되곤 한다. 신경과 의뢰 이후에도 대학병원 교수분들이 해당 질환을 진단하고 고민하는 다양한 상황이 떠오르기도 한다. 혹시 사형선고 같이 다가 올 수도 있기에 철저히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여러 뇌, 척수 영상 검사를 포함하여 근전도 검사를 포함한 다양한 뇌 신경계 검사들을 진행한다.

그러나 마침내 진단하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순간은 마음이 먹먹한 순간이 아닐 수 없기에 루게릭병이라고 진단하고 난 후 앞으로 환자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병원마다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신경과 진료과목에서 진단을 하지만, 재활치료와 일상생활 훈련에 대해서는 그다지 접할 기회가 많지 않고, 언급할 만한 사항이 많지 않기에 지금까지 인정받은 몇 가지 약물의 투약이나 영양제의 보강 정도가 최선이다. 그러니 루게릭 진단만 하고는 릴루졸 약물이나, 몇 가지 영양제, 가래약 준다고 하는 데 효과도 없고 나빠져만 간다고 생각하는 환자분들도 많이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지만 쉽게 접하지 못하고 환우회 카페를 통하여 호흡 재활을 하는 소수의 대학병원에서 처치 받은 분도 계시고 들어보지도 못한 분도 많이 계시는 호흡 재활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 보고자 한다.

호흡 재활은 만성 호흡기 질환 환자들의 관리와 건강 유지에 중요한 광범위한 치료개념으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다양한 중재를 일컫는다. 주로 루게릭병의 호흡 재활치료에 있어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로는 호흡 시에 있어 숨을 들이마실 때 더 깊은숨을 들이마실 수 있도록 하고, 내쉴 때도 더 깊은숨을 내쉴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고, 둘째는 수면 중에 불수의근에 의존하여 호흡하는 중에 상기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다양한 체위, 호흡 훈련이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근육이 조금씩 약해지고 숨구멍을 유지하는 근육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혀가 말리고 상기도가 좁아지는 일은 생명에 직결된 문제이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 있어 초발 부위가 입에서 출발하든지 팔다리에서 출발하든지 결국 생사에 가장 직결되는 문제는 숨 쉬는 문제이기 때문에, 호흡곤란에 대해서 환우들과 가장 많이 소통을 하게 된다. 나름 얕은 숨을 쉬는 데 적응하여 괜찮다고 생각하던 환자들도 막상 호흡 기능검사를 해보면 현저하게 폐 용적이 작아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또한 객담 분비량도, 침 분비량도 충분히 호흡을 방해할 수 있기에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학회 차원에서도 집에서 할 수 있는 호흡 재활훈련은 어렵지 않은 다음의 그림처럼 진행을 권유하고 있으며 수동 앰부백 인공호흡기를 연습하는 것도 권고한다. 가정 호흡 훈련에는 간략하게는 평상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에 저항을 주고 힘을 실어 갈 수 있는 풍선 불기, 촛불 끄기, 빨대 불기, 흡입기 연습, 보조적 기침과 폐활량 측정기를 통하여 본인의 호기, 흡기 훈련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은 수동식 인공호흡기를 통하여 평상시에 깊은 숨을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렵다면 루게릭병의 진단 시점부터 자가로 폐활량을 측정하면서 수동식 인공호흡기 매일 20분가량 지속하는 것도 폐활량을 확보하고 호흡 훈련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좀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호흡 재활치료를 위해서, 안정적인 수면 확보가 어렵고 호흡에 어려움이 관찰되면 비침습 인공호흡기 적응을 진행하고 호흡 훈련을 병행하는 것을 권한다. 흔히 말하는 고압산소공급 기능이 없는 경량형 인공호흡기(속칭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통하여 진행하는데 해당 기계를 통하여 다양한 호흡 훈련이 가능하다. 다양한 업데이트 사항이 있고 최신 인공호흡기의 보조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계의 다양한 추가기능은 업데이트되어가는 데 반해 아직 기능을 전문적으로 숙지한 의료인을 통한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공호흡기 렌탈회사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병원도 많은 편이다. 사실 많은 경우 비침습 인공호흡기(NIV, Non-invasive ventilator)와 기침유발기를 통한 호흡훈련과 인공호흡기의 조절을 하는 역할을 대체로 기계회사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폐 기능의 모니터링을 통하여 관리가 정밀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게도 비침습 인공호흡기를 아예 접해보지 못하고 응급실로 가는 경우도 많다.
비침습 인공호흡기를 접하지도 못한 채 어느 날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상황에 주변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곧잘 기도삽관부터 진행하고 나서 차후 응급의학과나 이비인후과를 통하여 기관절개술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 호흡 훈련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했더라면 그 시간과 상황이 조금 더 안정적이고 가족들도 덜 다급했을 수 있었을 텐데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폐렴으로 환자분이 입원하여 경황없이 희소 질환이다 보니 안정성을 1번으로 생각하는 상황에서 기관절개술을 받고는 집이나 전원병원으로 오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아직 자가 호흡이 가능한 환자분들에게는 최적의 호흡 훈련을 위해서 호흡 재활훈련이 가능한 병원에서 훈련받는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호흡 재활치료 가운데 기침유발기 훈련도 객담배출, 폐포의 탄성 확보, 폐활량 개선 등을 위하여 조기에 시작하는 것을 권하는데 이 역시 환자지원기준에 부합하면 적은 본임부담금을 지불하고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다. 흉벽 진동기나 연하 자극기 등의 기구를 통한 호흡 재활치료는 연하기능과 발성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그리고 경추 중심 근육의 운동 재활치료도 호흡 재활치료의 연장선상으로 상기도의 기도확보를 위한 근육훈련이 될 수 있어 이 역시 호흡 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성대 주변 근육에도 자극을 줄 수 있어 발 성능을 개선시킬 수 있기에 이 역시 발음이 흐트러지는 순간부터 조기에 훈련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흉벽 진동기를 통한 호흡 재활프로그램도 종종 함께 진행한다.




호흡 재활치료를 진행함에도 호흡부전이 지속되고 밤에 잠을 5~6번 이상 깨고 호흡에 모든 삶이 종속된다면 응급실에 가지 않더라도 폐활량 검사를 하고 먼저 기관지절개술을 시행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과거에는 기관지절개술을 하고 나면 매우 침습적인 방식으로 수술하여 기관지절개술 이후에는 발성이 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서 뭐 하나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최소침습 형태의 기관지절개술을 진행하는 경우 발성이 유지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역설적으로 기관절개술 이후 체중이 개선되고 안정적인 기도확보가 되면서 기분 상태도 나아지고 공황증상, 불안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호흡에 집중하여 사용되던 분산된 에너지가 상하지 운동에 좀 더 사용할 수도 있어 유리해지는 환자군도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일단 의식이 명료하고 본인의 생존에 대한 욕구가 존재하고 좌식 자세 유지가 안정적이라면 기관지절개술을 진행하고 발성 재활, 호흡 재활, 연하 재활을 적극적으로 진행해보면서 낮 중에는 인공호흡기 없이 숨 쉬고 밤에만 사용하고 잠자는 삶 가운데 비교적 자유로운 컨디션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모색해 볼 수도 있다.

알다시피 아직 누워있던 환자를 일으켜 세울만한 루게릭병의 완치 약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만 40여 가지의 임상실험 약물이 진행되고 있으며 환자분이 살아가는 순간 어떻게 하면 남은 삶을 가치 있고, 좀 더 힘있게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적극적인 호흡 훈련을 통하여 삶의 질이 개선되고, 진행을 의미 있게 지연시킬 수 있기에 호흡 재활치료의 진행은 모든 루게릭환자분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오늘도 이 병과 싸우는 환우분들의 평안한 밤을 기원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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